우리는 잘 모르는 누군가에 대해 궁금할 때 혹은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의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ooo씨 잘 살아요?” 물론 잘 사느냐는 질문은 다양한 의미를 포함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의 경제상황이 어떠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잘 사는지? 못 사는지?”의 의미가 “부자인지? 가난한지?”의 의미와 동격으로 작용한다는 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나라가 예전에는 너무도 가난해서 잘 사는지 못 사는지의 기준이 물질적 소유 여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 보자. 그러나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경제력이 한 사람의 안녕과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아니 점점 더 물질만능주의가 우리사회의 의식과 가치기준을 잠식해 가고 있다.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나라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산층들의 삶의 조건은 부채 없는 30평 이상의 아파트 소유,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2,000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1년에 한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는 경우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중산층 기준은 어떻게 될까? 영국의 경우(옥스포드 대학에서 제시한 기준)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고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 약자를 돕고 강자에 대응하는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것,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퐁피두 대통령이 ‘카르데 드 비(Qualite de vie, 삶의 질)’에서 정의한 기준) 외국어를 하나 이상 할 수 있는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는가, 남과 다른 자기 가정만의 요리가 있는가, 현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가, 보는 것뿐 아니라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는가, 사회가 타락했을 때 공분에 동참하는가를 중산층의 조건으로 삼는다.

중국은 연 소득 10만 위안 이상 또는 10만 위안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거나 80㎡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 환경보호, 자선활동에 관심을 가진 경우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중산층을 분류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중산층의 기준이 경제적 관점에 맞춰져 있다면, 유럽의 경우 삶의 질, 교양, 사회적 책임의식, 내적 소유와 만족감 등 문화적·사회적 관점을 중요시 한다.

위에 제시한 기준이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이고, 유럽의 경우 학교나 지도층이 제시하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일반시민의 의식이 지나치게 소득과 재산 등 물질적 소유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잘 사니?”의 질문이 “부자니?”의 질문과 바로 연결되는 우리 국민의 정서가 떠올라 씁쓸해 진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중 ‘잘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있어 소개한다.

행복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가진 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며 가난은 결코 미덕이 아니며 맑은 가난을 내세우는 것은 탐욕을 멀리하기 위해서이다. 가진 것이 적든 많든 덕을 가지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잘 살아야 한다. 돈은 혼자 오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를 데려 온다. 재산은 인연으로 받은 것이니 내 것도 아니므로 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부자가 되기보다는 잘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 나는 행복한지, 몸도 마음도 건강한지, 나의 가정은 평안한지, 남을 배려하면서 살고 있는지, 걱정거리는 없는지, 나는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마음은 부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