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후략…’

견우와 직녀 설화를 바탕으로 견우가 직녀에게 전하는 이야기 형식으로 돼 있지만 어려운 현실 상황에서도 서로 만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강조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직녀에게’다. 이 시는 생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전남 화순 출생 문병란 시인(1935~2015·前조선대 교수)의 대표작 중 한 작품이다.

그가 떠난 지 벌써 2년6개월이 지났다. 이런 그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문학제가 뒤늦게나마 마련돼 열린다.

(사)서은문학연구소(이사장 황일봉)는 오는 24일 오후 4시 조선대 서석홀 대강당에서 ‘2018년 제1회 광주 동구 문병란 문학제’를 갖는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문학제는 피폐한 민중들의 삶과 독재 권력에 맞서 투쟁했던 시인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된 가운데 그의 민족사랑 정신과 사상의 올바른 계승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다.

제3부로 나눠 열릴 문학제는 제1부 문학제를 시작으로 제2부 공연 및 시낭송, 제3부 교제의 장 등 순으로 진행된다.

제1부에서는 황일봉 이사장의 개회사에 이어 문학상 심의위원회 강춘기 위원장 등의 축사, 문학상 수상작가 선정 시낭송, 수상자가 걸어온 길, 수상자 시상, 그리고 공로상 수상자에 대한 시상이 이뤄진다.

문학상 수상자는 허형만 시인(목포대 명예교수)이 선정됐다. 심의위원회는 허 시인이 문병란 시인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 계승발전에 앞장서온 시인으로, 시를 매개로 민중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고, 아우르며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서은 선생의 문학정신 계승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높게 평가했다.

또 공로상에는 공옥동씨(시인)가 선정됐다.

이어 제2부에서는 사물놀이 공연을 비롯해 ‘인연서설’ ‘불혹의 연가’ ‘희망가’ ‘강의 노래’ 등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김원중씨가 무대에 올라 ‘직녀에게’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사)서은문학연구소 관계자는 “문병란 시인께서 염원하시던 민족사랑과 평화의 노래가 함께하는 문학제가 마련됐다”며 “척박한 땅에 이제 다시 시작하는 민족사랑 정신과 사상의 올바른 계승 발전을 위해서 시작되는 제1차 시도가 바로 제1회 문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