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 왕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더 많은 부귀를 원했다. 그는 술(酒)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디오니소스는 소원을 들어주었고, 미다스는 정원수, 조각, 가구 할 것 없이 모두 황금으로 만든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이든 손이 닿는 대로 황금이 되는 바람에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상심한 그는 무심코 자기 딸을 안는데 그 마저 금조각상이 되고 만다. 미다스는 결국 디오니소스에게 다시 간청해 팍톨로스 강물에 목욕함으로써 원래대로 회귀하게 된다. 금 조각상으로 변한 딸도 강물에 담가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다스는 ‘탐욕’과 ‘과욕’을 상징한다. 오늘날 ‘손대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는 능력자’를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사람의 신체기관 중 손이 하는 역할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건물을 짓거나 물건을 옮길 때는 물론이고 글씨를 쓰거나 의사표현에서도 ‘손’이 없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된다. 특히나 오늘날처럼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필수인 시대에 눈부신(?) 입력술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직도 감흥이 가시지 않은 동계올림픽 컬링에서 신중하게 스톤을 투구하던 ‘안경 언니’ 김은정 선수와 열심히 스위핑을 해대던 선수들의 손은 또 어떤가.

일상생활에서 많은 일들을 하는 것이 손의 기능이지만 최근 들어 ‘탐욕’의 상징인 미다스 왕처럼 ‘나쁜 손’이 자주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잘못된 신체접촉을 하는 ‘부적절한 손’이다. 검찰에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나쁜 손은 연극과 영화계, 문학계, 대학가를 넘어 정치권,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범죄 행태도 추행에서 폭행까지 폭넓고 다양한 양상이다. 더욱이 나쁜 손은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까지 뻗쳤다고 하니 보는 이들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만든다.

각종 부정부패에 관여한 ‘어둠의 손’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100억 원대 뇌물죄’며 ‘3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다스 소송비용 60억 원,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5000만 원 등 혐의가 적지 않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특활비 뇌물 혐의를 받고 있고 최순실씨도 뇌물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채용과 관련해 공정성을 훼손한 ‘물색없는 손’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은행, 부산은행, 가스안전공사, 강원랜드 등 가장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기관에서 채용비리가 잇따라 밝혀지면서 수많은 응시자들에게 상실감과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많은 ‘나쁜 손’들이 사회의 빛을 가리게 된 배경에는 갑질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특정인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억압하고 부리려고 하는 그릇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손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인 셈이다.

가위손을 가지고 태어난 에드워드(조니 뎁)는 사랑하는 킴(위노라 라이더)을 위해 빠른 손놀림으로 얼음을 잘라내 하얀 눈송이를 만들어낸다. 그가 만들어내는 눈은 마치 마을에 축복이라도 내리듯 하얀 세상을 만들어간다. 휘날리는 눈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는 킴,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에드워드. 영화 ‘가위손’이 보여주는 것은 ‘사랑’과 ‘헌신’이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며 희생마저 감수하는 손은 아름답다. 당연히 그 울림도 크다.

나쁜 손들이 적지 않지만 아직은 아름다운 손이 더 많다는 점이 위안이다. 폐지를 주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쾌척하는 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을 기증하는 이름 없는 손,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 어깨를 주물러주는 손이 있다.

아름다운 손을 지닌 사람들에게 보내는 손 메시지 한 가지를 보낸다. 손가락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