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1947년 3월 ‘연간조선시집’에 수록된 전남 영광출신 시조시인 조운(曺雲·1900~ ?)의 대표작 ‘석류’ 전문이다. 이 시조의 저자인 조운은 일제강점기 투철한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시단에 뚜렷한 획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월북 문인이라는 이유로 거의 잊혀진 시인이었으나 1988년 월북 문인 해금 조치 이후 국내에서 재평가 작업이 꾸준하게 이뤄져 왔다.
이런 가운데 그의 작품이 최근 대거 발굴돼 문단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이동순 교수(조선대 자유전공학부)에 따르면 조운의 시와 시조, 번역시조 등 총 8편이 최근 발굴됐다. 이 교수가 발굴한 조운의 작품은 ‘등잔(燈盞)ㅅ불’(시), ‘춘수’ ‘밤ㅅ새’ ‘누이를 보내고’ ‘별’ ‘달’ ‘평양 8경을 찾아’(시조), ‘갖옷 말아 안고’(번역시조)다.
이중 1932년 1월7일자 매일신보에 발표된 ‘해’는 이미 확인됐으나 ‘별’과 ‘달’은 이 교수에 의해 새롭게 추가됐다.
시 ‘등잔(燈盞)ㅅ불’은 그가 시를 쓰다가 시조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시조 ‘누이를 보내고’는 ‘탈출기’와 ‘홍염’(紅焰)의 소설가이자 매제인 최서해가 사망한 지 석달 후 누이인 조분려가 함북 회령으로 떠나게 되는데 그것을 아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매일신보 1932년 9월29일자에 발표됐다.
또 이 교수는 조운의 북한에서의 문학적 족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대거 찾아냈다.
1948년 4월6일자 조선중앙일보에 실린 ‘조선말과 인민’을 비롯해 오장환의 소련 기행시집 ‘붉은기’의 발문, ‘인민시인 신재효’(1957년), 1964년 4월 ‘천리마’에 발표된 산문 ‘조선음식’이 공개목록에 포함됐다. ‘조선음식’은 조운의 사망이 미상인 가운데 현재 시기적으로 확인된 마지막 작품이다.
이와함께 시와 시조, 번역시조를 발굴하는 과정 중에 소설가 박태원과 공동집필한 ‘조선창극집’에 실린 조운의 창극 ‘춘향전’, 북한에서 엮은 ‘조선구전민요선집’의 머리말도 찾아냈다.
특히 이 교수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를 통해 조운 작품과 관련자료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북한 자료들이 엮어져 도서관에 비치된 관련 영인본에서 상당수 그의 작품과 자료들도 확보했다.
이어 북한에서 출간됐지만 조선인 교육자료로 재출간된 ‘조선구전민요선집’(연변교육출판사)과 ‘조선창극집’(료녕인민출판사)에서 조운 관련 자료들을 확인, 이번에 공개하게 된 것이다. ‘조선구전민요선집’을 북한에서 출간한 것은 그가 남쪽에서 두었던 관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의 작품 ‘아브로라의 포성’(1957년) 등도 ‘조선문학’에 수록됐음을 확인했다.
이 교수가 발굴한 작품들과 북한에서 집필한 작품은 영광문학기념사업회(회장 조일근)가 주도한 영광문학총서의 한 권인 ‘조운 문학전집’(소명출판 刊)에 모두 수록됐다. ‘조운 문학전집’은 연보와 작품들을 모두 망라했으며, 조운의 내적 정서들 그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표 당시 원문을 충실하게 살려 수록했다.
이동순 교수는 “북한에서의 운문과 산문이 망라돼 ‘조운 문학연구’를 다시 할 필요성이 제기된 셈이다. 통일문학을 향해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이번 발굴 공개가 그동안 그의 이념 때문에 평가가 미진했지만 이념을 벗어나 그에 대해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운은 1921년 동아일보에 첫 작품 ‘불살라주오’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1924년부터 ‘조선문단’에 ‘초승이 재 넘을 때’를 비롯해 시조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1947년 조선사에서 간행된 ‘조운시조집’(曺雲時調集)을 남겼다. ‘조운문학전집’(1990년 남풍 간)과 ‘조운시조집’(2000년 작가 刊)도 출간됐다.
그는 영광중학교 교사를 역임했고, 8ㆍ15광복 후인 1947년 상경해 동국대학교에서 시조론과 시조사를 가르쳤으며, 1948년에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 항일민족자각운동의 하나로 결성된 독서회 ‘갑술구락부’(甲戌俱樂部) 회장을 맡아 고서전람회, 문학강연회, 무용의 밤, 고전음악의 밤, 소인극회 등 민족문화운동을 고취하는 활동들을 펼쳤으며, 1937년 영광체육단 사건으로 투옥돼 1년 7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영광읍 도동리에 그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다.
한편 영광문학기념사업회는 가람 이병기가 추천한 시조시인 조남령(본명 曺泳恩·1920~?)과 도쿄 릿교대 영문학과와 교토 동지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시조시인 조의현(1907∼1985)의 문학전집도 각각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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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운 시조 ‘별, 달,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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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운 문학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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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운 문학전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