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선생을 기리는 음악축제·연극·기념사업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으나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정율성 기념사업회와 중국 현지 영화 법인 ‘PNK픽쳐스&미디어’ 등은 정율성의 음악 그리고 삶을 다룬 장편영화 ‘연안’(延安)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현재 주요 배역 캐스팅·제작 스태프 구성을 마무리했고, 지역 배우들과의 협업을 위한 오디션도 지난 9일 진행한 바 있다. 본격적인 촬영 시작일은 오는 5월로 예정됐다.
이번 영화는 항일음악가 정율성의 면모 보다는, ‘음악을 사랑했던’ 청년 정율성의 삶을 조명한다.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형들을 따라 독립운동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그 안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던, 인간 정율성을 만나볼 수 있다.
‘연안’ 메가폰을 잡은 김시우 감독은 “영화는 선생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따라, 격동의 역사 속에서조차 빛이 났던 인간애, 그리고 그의 진정성을 녹여낼 작정이다”고 밝힌다.
애초 영화는 정율성 선생의 일대기를 좇는데 주안점을 뒀다. 중국에서 그는 ‘3대 작곡가’라 꼽힐 만큼 추앙받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고향인 광주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 그의 삶을 영화화, 정율성이란 인물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촬영 대본이 나온 현재 상황은 조금 바뀌었다.
김 감독은 “항일 투사, 천재 음악가 등 영웅적인 부분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간애를 더듬는다”며 “그의 삶을 매개로 영화는 이 시대 평범한 사람들에게 역사적 메시지·교훈을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극은 일제강점기와 2018년이 교차된다. 주요 스토리라인 또한 과거 정율성의 관점과, 오늘날의 공무원 김영만 두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극은 역사적 사실에다 현재 ‘실정’이 더해져 전개된다.
정율성은 독립운동을 하는 셋째형을 따라 고향 광주를 떠나 중국 남경의 조선혁명간부학교를 졸업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항일운동에 뛰어들어서는 상해와 남경을 오가며 음악공부를 병행한다. 천재적인 음악성을 간파한 음대교수로부터 이탈리아 유학을 권유받지만 항일 전선에서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정율성은 음악을 포기하고 군인으로서 전선에서 맞서 싸우기를 고집한다. 그럼에도 그의 예술혼은 꺼지지 않았다. 연안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하며 ‘연안송’, ‘팔로군 행진곡’ 등을 비롯해 주옥같은 음악을 발표한다. 조국은 해방을 맞았지만 그는 남한에 입국을 거부당한다.
한편 2018년. 광주시 문화예술과 공무원인 김영만은 정율성이란 역사적 인물을 발굴, 세상에 알리고자 했지만 정부는 과거 정율성 선생의 중국 공산당적 보유사실 등을 문제 삼아 일체 기념사업을 불허한다.
여기에는 “과거 역사에서 대한민국이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다.
김 감독은 “영화는 정율성처럼 특수한 상황 탓에 ‘방치돼 버린’ 아픈 인물, 또는 당시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이름 없는 투사들을 기린다”며 “정율성 고향 광주를 중심으로 여전히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는 독립유공자들을 보듬는 휴먼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역시 음악이다. 음악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연안송’, ‘팔로군 행진곡’은 물론이고 ‘오월의 노래’, ‘우리는 행복해요’ 등 그의 대표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다 당시 독립투사가 항쟁 중 숨을 거뒀을 때 불러주었던 ‘아리랑’의 선율도 감동을 더 한다.
‘연안’은 내년 상반기 개봉,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이후에는 중국 극장 개봉도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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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우 감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