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이 왔다. 봄만 되면 나무심기가 우선 떠오른다. ‘식목일’(4월5일) 때문이다. 아직 식목일이 되려면 날짜가 좀 남긴 했다. 책상 위 달력을 넘겨봤더니 ‘청명’만 새겨졌을 뿐 식목일은 새겨지지 않았다. 어찌됐든 이 봄에는 유독 나무를 많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우선 올해부터는 창고에 처박아놓은 옥상의 화분에 각종 채소들을 키워보는 것을 시작으로 나무와 좀더 친해볼 작정이다.

지금 집 주변에 있는 산을 바라보노라면 민둥산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식목일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숲에 나무들이 제법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나무가 많아 좋은 점은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모두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너무 무성하면 생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쯤은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터다. 그럴 경우 가지를 치거나 솎아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식재하는데만 집중한 나머지 가지치기를 소홀히 해온 경우가 많았다.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이파리를 따주거나 가지를 치고, 솎아줘야 한다. 이는 나무의 생장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봄만 되면 이 필요성을 무시한 채 나무 심는데만 열을 올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나무는 경제적 쓰임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1949년 식목일이 제정된 이후 지극 정성으로 나무를 심어왔다. 그렇게 한지 70년의 시간이 흘렀다.

문제는 가지치기를 적재적소에 맞게 실시해 왔는가다. 필자는 ‘아니다’에 한표를 던진다. 지금보다 건강한 산림을 위해서는 나무를 많이 심는 것보다는 가지치기를 잘하는 등 관리의 영역이 중요해졌다.

나무 역시 사람과 똑같다. 가지 하나 칠 때, 이파리 하나 따낼 때, 솎아낼 때 아프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병에 걸리지 않고 더욱 탄탄하게 뿌리를 내려 숲의 일원이 됐을 것이다.

나무가 그럴진대 하물며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고 예외가 있겠는가. 이 세상에는 숲과 같은, 많은 조직이 있다. 그 조직 안에 수많은 나무와 같은 사람이 소속돼 있다. 이제 6·13지방선거의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숲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조직이라고 하는 숲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선거 이후만 바라본다면 병해충이 극심한데 비올 것 같아 처방을 미루는 것과 뭐가 다를까.

현재 광주시의 숲은 어떨까. 산하기관이라고 명명되는 22곳의 숲이 있다. 그리고 여러 기관이 연관돼 있는 센터라고 하는 숲들이 더해져 있다 한다. 그래서 자그마치 30여곳 안팎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다수 푸른 숲을 꿈꾸며 자기직분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조직이 ‘방만’하다면 그냥 숲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경제적 쓰임새가 떨어지는 것 말이다. 만약 숲이 방만하다면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방만이라는 단어를 숲에 차용해 쓰기는 부적절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지를 쳐주고, 솎아내 주지 않으면 숲 전체가 아플 수 있다. 더욱이 각각의 나무들이 아픈데 숲이 건강할 리 만무하다.

경쟁력이 심하게 떨어지거나 중복이 되는 업무처 혹은 업무가 있다면 나무처럼 가지치기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을 빌미로 아무런 원칙없이 무작정 솎아내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침엽수는 침엽수대로, 활엽수는 활엽수대로 생장환경을 탄탄하게 다져 건강한 숲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조직도 한번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나무가 아픈 뒤 탄탄한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아픔 속에서 더 탄탄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숲 전체를 망치는 듯한 우를 더이상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나중에 ‘모두가 죽자’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나무를 심는 것은 푸른 숲을 보기 위해서다. 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일 것이다. 사람살이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간혹 바람이 불지만 햇빛이 점점 따뜻하게 느껴지는 3월이다. 숲이 무성해지기 전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