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을 개발한 펄어비스에 투자했던 모 벤처캐피탈이 50억원을 투자한지 3년 만에 15배인 781억원을 회수했다는 ‘잭팟’기사가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2010년 설립해서 약 4년의 개발 끝에 검은사막을 출시한 펄어비스는 이 게임 하나로 시가총액이 3조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지 수개월 만에 시가총액 10위 안으로 단번에 진입한 것이다.

최초로 상용 웹 브라우저인 네비게이터를 출시했던 넷스케이프는 웹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승승장구했다. 오늘날 인터넷의 성공은 사실상 네비게이터의 성공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들었고, 컴퓨터의 용도가 업무용에서 인터넷을 서핑하기 위한 것으로 변화됐다. 1994년 초 창업한 넷스케이프는 엄청난 인기를 뒤에 업고 다음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기업가치가 29억불까지 치솟았다. 이런 넷스케이프의 창업 뒤에는 짐 클라크라는 탁월한 엔젤투자자가 있다. 미래의 컴퓨터 환경이 웹과 웹 브라우저 기반의 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짐 클라크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엔지니어 마크 앤드리센에게 모든 창업자금을 댈 테니 창업을 하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이처럼 벤처투자자들은 때때로 창업기업의 때를 벗지도 못한 스타트업에서 미래의 성공을 예견할 수 있는 놀라운 혜안을 보여주는데, 이들이 투자해서 크게 성공한 창업기업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남들과 다른 시장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맨발로 다니는 나라를 다녀온 구두회사 직원은 그 나라를 엄청난 구두시장이라고 보고할 수도 있고 아예 구두시장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기회로 볼 수도 있고 기회가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성공한 창업자는 기회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인식하는 기회는 더 이상 기회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때로는 남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때,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하는 산업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클러치그룹은 대형법률회사만 고급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상식을 타파하고 성공한 기업이다. 대도시의 변호사 사무실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비스요청이 왔을 때 여유있는 변호사가 빠르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격무에 시달리는 대형로펌 변호사의 격무와 수요자의 늦장 및 고가수수료 불만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회를 포착했다.

둘째,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갖춘 점이다. 경쟁이 심한 MMORPG 게임시장에서 펄어비스가 대박을 터트린 요인은 자체개발한 게임엔진의 우수성이 큰 역할을 했다. 펄어비스는 상용화된 게임엔진을 사용하여 시간과 투자비를 줄이는 대신 게임엔진을 자체개발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과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는 기업은 실패의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외부도움을 받는 것이 매우 쉬워졌고 창업비용은 과거 10년동안 급격하게 줄어들어, 기업의 성패에서 단점의 중요성은 많이 희석됐다. 대신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핵심경쟁력의 보유가 성공의 필수요소가 됐고, 그중에도 시장지배력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과거 비디오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있던 JVC의 VHS가 기술적 우위에 있던 소니 베타맥스를 제친 것이나, 기술안정성이 높은 IBM의 OS2가 이전시장을 지배했던 도스 프로그램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서 윈도우3.1에 패배한 것이 시장지배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셋째, 철저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한 점이다. 대기업의 자회사가 아닌 한, 창업기업은 부족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초기 창업기간을 지나면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맞는 것도 필연적인 과정이다. 이런 어려움에 직면할 때 이것을 극복하는 힘이 기업가정신이다. 사업모델이 훌륭하고 사업계획서도 잘 짜여있는데 경영자의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기업과 경영자의 기업가정신은 최고인데 회사의 사업계획은 부족한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기업 중 한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면, 벤처캐피탈 같은 전문투자자는 어떤 곳을 선택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번째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가정신이 기업이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기업가정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창업기업의 성공에는 시장기회의 포착, 차별화된 핵심역량, 기업가정신이 중요한 요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은 넷스케이프처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때 생겨난다. 초연결, 초지능, 대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이런 신시장이 여러 곳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코리안 드림’을 이루는 유니콘 창업기업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