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 시대 당파싸움은 선조 8년(1575년)에 있었던 요직에 대한 자리다툼이 그 시초다.

당시 명문가의 후손으로 학문과 문장이 뛰어난 김효원이 이조 전랑에 추천된 것을 왕실의 외척이자 이조참의(정3품)인 심의겸이 반대한 것이다.

정5품 정랑과 정6품 좌랑을 합쳐 부른 전랑은 비록 관직은 낮았지만 권한은 막강했다. 여론 기관인 삼사의 관리를 임명하고 자신의 후임을 추천할 수 있어 그 권세가 정승 부럽지 않았다. 김효원을 따르던 젊은 선비들은 “심의겸이 권세를 농간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나이가 많고 벼슬이 높은 사람들은 심의겸을 옹호했다.

결국 양반 계층 간 갈등으로 번졌고 당시 김효원의 집이 동쪽에 있었으므로 동인, 심의겸의 집이 서쪽에 있었으므로 서인이라 불렀다. ‘망국의 병’인 붕당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선조 24년(1591년) 극에 달했다.

1년간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황윤길(서인)이 “일본이 전쟁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부사로 함께 갔던 김성일(동인)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다른 보고를 했다.

조정 내 신하들도 둘로 나뉘어 ‘갑론을박’했고 당시 세력이 더 강했던 동인인 김성일의 주장에 힘이 실려 그동안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전국 곳곳에 성을 쌓던 공사마저 중단했다.

결국 이듬해 무방비 상태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우리 국토는 전쟁 초기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했다.

이들의 당쟁은 동인은 남인과 북인,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지며 200년간 계속됐고 끝내 망국으로 귀결됐다.



#2. 요즘 정치판도 조선 시대 ‘당파’ 못지 않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집단이 된 현 여당과 야당은 각 사안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며 부딪히고 있다.

특히 제2당으로 전락한 자유한국당은 틈 만나면 ‘색깔론’을 제기하며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긴장일변도인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였던 남북 고위급 회담도 그랬다.

북한 핵을 둘러싼 정세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까지 몰린 상황에서 모처럼 맞이한 기회였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북한 측 단장이 천안함 폭침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저머을 들어 국회의원들이 도로에 드러누워 농성하는 추태를 부렸다. 평창 올림픽기간 방한한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쓴 것을 두고 “김일성 가면”이라 주장하며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국가 위상이야 어찌되든 지지층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면 국제적인 망신도 마다하지 않았고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까지 해친 것이다.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사에서 늘 계파는 존재했다. 같은 당이라도 출신과 이념·친소관계에 따라 동질적 그룹이 형성돼 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형태 또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익보다는 권력경쟁, 즉 밥그릇 싸움만 하는 형태가 조선 시대를 빼닮았다.



#3. 선거철만 되면 ‘기성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에서 ‘쌈박질’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에서, 틈만 나면 외유를 떠나는 지방의원들을 보면서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기성 정치권을 지지한다. 말로는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투표는 또 다시 이들에게 몰리는 구태가 재현된다. 지연,학연,혈연, 이념 등 갖가지 이유가 동반된 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은 볼모가 됐다. 지지 정당이 펼친 잘못된 정책은 ‘로맨스’, 다른 정당의 잘못된 정책은 ‘불륜’처럼 인식했다. 이들도 둘로 나눠 갑론을박한 것이다.

6·13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전남은 이번 선거도 후보자의 정책·비전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경상도도 언제 ‘우리가 남이가’를 재현할 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선거만이라도 정당이나 이념 등이 아닌 진짜 풀뿌리 지방자치를 선도해 나갈 비전과 능력을 갖춘 후보들이 선출됐으면 한다. 국익보다는 소속 집단의 이익만 추구하는 정치권이 더 이상 설 땅이 없도록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