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숙의 삶과 문학’을 펴낸 바 있는 조은숙 강의교수(전남대)가 9년에 걸쳐 작품들을 5권으로 정리한 이 중단편집은 1권 ‘백의민족’을 비롯해 2권 ‘도깨비 잔치’, 3권 ‘어머니의 깃발’, 4권 ‘개는 왜 짖는가’, 5권 ‘들국화 송이송이’ 등 전 5권으로 구성됐다.
애초 송 전 교수는 3 · 1운동 전 해인 1918년부터 일체 치하와 한국전쟁을 거쳐 1960년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전라도의 한 시골마을인 ‘자랏골’이 겪은 수난과 항거의 역사를 기록해낸 장편 ‘자랏골의 비가’(1977년)로 문단의 반향을 얻은데 이어 부패할 대로 부패한 봉건 조선에 대한 민중의 분노를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 새로운 사회로 나가는 발판을 만들었던 혁명가 전봉준의 삶을 형상화한 ‘녹두장군’(1984년)을 펴내면서 민중문학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그를 대하나 장편소설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중단편 전집은 창작활동 중 중단편 집필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고문 후유증 탓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오랫동안 문단에 행차를 하지 못하면서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던 독자들이 모처럼 분단현실과 민중의 삶으로 압축된 ‘송기숙 소설’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우선 시대가 당면한 문제와 그 아픔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 그의 소설적 특성들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송기숙 소설연구’의 기초자료로 역할이 기대돼 다양한 연구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집에는 기존 출간된 여덟권의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에서 콩트에 해당하는 열네편을 제외하고, 기존 작품집에 누락됐던 네편의 중단편을 추가해 총 48편으로 명실상부한 그의 중단편소설을 망라했다.
특히 이번 전집은 작가가 기존에 발표 및 출간됐던 작품들을 긴 시간에 걸쳐 다듬었고, 송기숙 소설 연구자들이 원문 교감과 전집 구성 및 해설문 집필에 참여하면서 출간으로 이어졌다. 출간까지의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고 표현을 좀더 정교하게 다듬었다는 후문이다. 작품명도 일부 바꿨다. ‘영감님 빠이빠이’를 ‘영감님 불속으로’로, ‘재수 없는 금의환향’을 ‘김복만 사장님 금의환향’으로, ‘물 품는 영감’을 ‘뚱바우영감’으로, ‘산새들의 합창’을 ‘보리피리’로 각각 변경해 선보이게 됐다.
이번 전집의 편집 체계는 기존 작품집 순서를 따르지 않고 작가가 발표한 순서대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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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기숙 중단편전집 |
각 권마다 해설과 초판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송기숙 연보 등이 더해져 이해를 돕고 있다. 해설에는 공종구(군산대 교수) 임규찬(성공회대 교수) 임환모(전남대 교수) 김형중(조선대 교수)씨 등이 참여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전 영남대 교수)씨는 “송기숙 문학이 진정으로 뛰어난 점은 그가 인간 심성의 원초적 바탕에 대해 단지 낙관과 신뢰를 가지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당면한 사회적 조건들과 부딪치면서 구체화돼 왔는가를 끊임없이 소설적으로 묻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평했다.
송기숙 전 교수는 전남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1965년과 1966년 '현대문학'에 각각 평론과 소설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 민주화운동과 교육운동에 참여해 두 차례 옥고를 치렀으며 분단현실과 민중의 삶을 깊숙이 파고드는 작품을 발표하며 민족문학의 중추역할을 해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수습위원으로 활동했고, 원로 소설가 이명한씨·고 문병란 시인 등과 1987년 9월 민족문학가회의 광주전남지회(현 광주전남작가회의) 결성 당시 공동의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소설집 ‘암태도’ ‘은내골 기행’ ‘오월의 미소’, 장편 ‘자랏골의 비가’, 대하 ‘녹두장군’, 산문집 '녹두꽃이 떨어지면’ ‘교수와 죄수 사이’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등 다수를 펴냈다. 현대문학상과 만해문학상, 요산문학상, 동학농학혁명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의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5·18연구소장,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