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기준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에서 1만9769건의 사고가 발생해 481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54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 1.3명이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건수와 사망자수는 과거에 비해 감소추세에 있지만 인구 10만명당 2016년도 OECD국가들간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비교해 보면 일본이 3.7명, 독일이 3.9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4명으로 두배가 넘는 수치다.

급기야 올해 1월 23일 경찰청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눈여겨 볼 대책 중에 하나는 음주운전 단속기준 알코올농도를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소주 두세 잔은 가능했다면 이제는 술 한 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알코올농도 0.05% 기준은 1962년에 정해진 뒤 단 한 번도 개정됨이 없이 56년째 유지해 오고 있었다.

미국 등 서방 주요선진국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기준 및 처벌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0.01%∼0.02% 정도로 음주운전자를 ‘무기를 소지한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해 처벌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0.08%가 넘으면 단속이 되는데 벌금이 한화로 최대 약 752만원까지 부과되며, 10년 안에 재적발시 최소 3년동안 면허가 정지된다. 캐나다도 음주운전을 범죄행위로 간주, 0.05%가 넘으면 단속이 되지만 처음 적발되더라도 1년동안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수준이 상당히 관대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도 2002년에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기준을 0.05%에서 0.03%로 낮췄다. 대대적인 홍보와 강력한 단속을 펼친 결과, 2000년도에 1276건이던 음주운전 사망사고 건수가 2010년도에는 287건으로 무려 77.5% 감소됐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음주운전 사고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광주·전남지역의 음주운전 사고는 어떨까. 2016년 광주·전남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모두 1669건이 발생해 35명이 사망했다. 이는 광주·전남지역의 전체 교통사고 1만6876건의 9.9%, 사망자수의 8.2%를 차지하는 수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사망이 전체 사고·사망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22일 국토교통부는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29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운전행태와 교통안전, 보행행태 등 11개 항목을 100만점으로 환산한 수치인데, 전국 평균 교통문화지수는 81.7점이다. 광주시는 80.01점으로 17개 시도에서 14위를, 인구 30만명 이하인 전국 49개 시 중에서 여수시는 74.86으로 전국 48위로 경북 상주시 다음으로 가장 점수가 낮았다. 전남지역은 전국 80개 군 지역 중 보성군 73.64로 70위, 구례군 79.56으로 41위, 고흥군 79.58로 40위를 차지하는 등 광주·전남지역의 교통문화지수가 전국 하위권으로 조사됐다. 해당 지자체 등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일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광주하면 누구나 떠오르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의 성지요, 문화 예술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예향의 도시이다. ‘문화 예술의 수도’ 광주, 그것에 걸맞은 ‘교통문화의 수도’가 되자. 그러기 위해서는 운전대를 잡으면 다른 차량 또는 보행자를 우선 배려·양보하고, 단속여부나 단속기준의 강화를 떠나서 술 한 잔을 마셨더라도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은 마음의 자세가 습관화 돼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광주시가 광주시 표어처럼 도로위에서도 ‘더불어 사는 광주’, ‘더불어 행복한 시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