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남 지역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광주전남민이 있을까 싶다. 지난해 1만 1000여 명의 20대 청년층이 취업 기회가 많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취업과 학업을 위해 청년층이 지역을 떠나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지역만의 문제도 아닐 테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에게는 짠한 마음이 앞서고, 결국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못해 그렇게 된 사태 앞에서는 자괴감마저 든다.

자료는 농업, 임업, 어업, 광제조업, 건설업, 공공서비스업 등 큰 분야별로 통계하고 있어 문화예술 부문의 청년층의 실태와 현황 조사 결과는 속내가 감추어져 있다. 아마 다른 분야보다 문화예술 부문은 더구나 청년들의 실태는 더 열악할 것이 뻔하다.

2016년 광주지역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를 광주전남연구원(민인철)에서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 지역 예술인들의 연간 소득은 999만 원 이하가 29.7%, 2000만 원 이하가 22.8%, 6000만 원 이하가 22.4%였다. 그리고 전업 예술인의 비율은 48.4%, 예술 분야 외 다른 분야 겸업을 하고 있다는 답변은 51.6%였다. 또 지역 예술인의 4대 보험 가입률은 40.6%였다. 개인 창작 공간도 58.9%가 없다고 답변했다.

청년 예술인들의 사정은 더 열악했다. 예술계 입문 이후 1년 이상 예술 활동을 하지 않은 경력 단절 경험이 50.2%이고 그 이유는 예술 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지배적(78.2%)이었다.

정리해보면 광주 전남지역 예술인들 중 절반 이상은 2000만 원 이하의 연간 소득으로 살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예술 외 겸업을 하고 있으며, 10명 중 6명은 개인 창작 공간이 없는 채로 4대 보험이라는 안전망이 없이 지낸다는 것이다. 생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창작 발표 기회도 부족하고 창작 활동 공간도 없는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청년 예술인들이 전업 작가로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는 멘토 시스템, 창작 공간,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성장 사다리 지원 정책과 전업 작가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지원 정책, 그리고 ‘청년 문화예술 활성화 조례’ 또는 ‘청년 문화예술인 복지 정책’ 등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지금은 ‘혼살이’의 시대다. ‘혼잠’, ‘혼밥’, ‘혼술’로 대표되는 ‘혼족’의 시대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오직 자기 혼자를 위한, 현재만을 즐기기를 원하는 ‘욜로(YOLO)’의 시대다. 이들은 ‘관태기’라는 신조어를 선호한다.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를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극심한 학업, 취업 경쟁에 비해 취업난과 생활고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인간관계 자체를 포기한 청년들의 심리 질병이다.

일해서 돈을 벌고 소비하고 관계를 맺어가며 활동해야 할 청년들에게는 지금의 한국의 사회와 경제 환경은 재앙 그 자체다. 취업난과 생활고는 국난 수준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새로운 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청년들 10명 중 3.7명은 혼족으로 사회적 관계의 불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자리는 결코 삶을 떠나지 않는다. 삶이라는 기반이 없는 문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와 예술은 사람 사이의 삶 속에서 걸러진 정신적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소통과 대화이며 교감이다. 그래서 혼족들의 사회, 청년들이 없고 일자리가 없는 곳에 문화예술이 설 자리는 아예 없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고장 광주 전남은 여기에 더해 점점 청년 문화예술 탈향민의 고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문화 콘텐츠, 관광 자원, 문화 먹거리, 청년 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을 외쳐도 지역 문화예술 지망생들에게 광주전남은 떠나고 싶은 엑소더스의 고장일 뿐이다.

청년들이 문화예술 에너지를 발산하고 향유하는 역동적인 도시 광주. 문화 관광 일자리가 많은 도시 전남은 과연 꿈일 뿐인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온 후보자 누구에게라도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