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다양성 확보 및 열린 채용을 통해 ‘베스트 피플(Best People)’이 아닌 ‘라이트 피플(Right People)’의 시대가 왔다.

전통 방식으로 ‘범용형’ 인재를 선발해오던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이제 인성을 갖춘 ‘실전형’ 전문 인재를 뽑고자 채용의 각 단계를 손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용현장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채용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는 정부의 노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블라인드 채용’이다. 이는 NCS 기반 직무능력과 인성 중심의 채용을 의미한다.

NCS는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의 약자로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데 요구되는 능력을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로 구분하여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이렇게 체계화된 국가직무능력표준은 학교와 교육기관, 기업, 자격분야, 채용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게 되는데 특히 2015년부터 현재까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채용시스템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인성은 단지 윗사람을 잘 따르고 체제에 순응하며 주어진 규칙과 예의를 잘 지키는 ‘착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남을 나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으며, 진심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진정한 인성을 갖춘 인재이다.

국내 사업구조의 변화와 경제성장 둔화 등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청년 취업난은 점점 악화되어 왔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청년 10명중 1명이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취업난이 가중될수록, 취업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성공을 위해 남보다 실력을 키우고 차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이런 노력들은 결국 스펙이라는 자신의 조건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돼 소위 ‘스펙 쌓기’에 매진하게 하는 부작용을 빚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채용시장의 ‘탈스펙’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물이 바로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이다.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제도의 목표는 스펙중심의 채용에서 탈피해 직무능력과 인성 중심으로 채용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직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고, 지원자는 지원하는 직무에 필요한 직무능력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준비함으로써 실제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을 쌓는데 과도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생각하는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제도의 핵심이다.

실제 기업들이 취업준비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구직 단계에서만 필요한 단순 스펙 쌓기보다는 취업 후 지속가능한 직장생활을 위해 전공과목의 충실한 이수를 통한 직무수행 능력, 팀워크 및 소통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의 배양과 열정, 융통성, 직업윤리 같은 인성이 필수적이다.

NCS 기반 채용은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채용 방식은 아니다. 이미 많은 서구 선진 국가들이 NCS의 기본 틀을 갖추고 직업과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요소들을 체계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NCS의 틀과 구성개념 역시 선진국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서 이는 능력중심 채용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려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NCS 기반 능력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은 작년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의무화된 데 이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으로 NCS 기업활용 컨설팅, 능력중심 채용모델 보급사업 등을 통해 민간 기업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민간기업 222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중 20.7%가 “올해 블라인드로 채용할 예정”이라 답했다. 지난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했다는 기업은 9.5%에 그친 점에 비춰보면 올해 들어 블라인드 채용 도입 기업이 11.2%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또한 향후 블라인드 채용 여부에 관해서는 전체 응답 기업 2곳 중 1곳인 47.7%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새로운 채용방식이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제대로 정착하기까지 약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동안 폐쇄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채용방식과 채용문화에 정부가 개입해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일부 공공기관과 은행권의 채용 비리로 수많은 청춘들이 좌절하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청춘들을 위해 공정한 경쟁을 통한 능력중심 채용문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NCS를 기반으로 한 직무능력과 인성 중심 채용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에서의 인식 변화와 능동적 참여, 전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NCS 기반의 채용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