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한겨울 한파보다 더한 차가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다.

임금 체불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당사자들에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사업주에게는 몇 백만 원이 큰 돈으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근로자들에게 이 돈은 보모나 자식의 병원비에 필요한 돈이 될 수 있고, 학비에 들어갈 수도, 생활비에 꼭 필요한 자금일 수도 있다.

게다가 명절까지 겹치면,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작용한다.

임금 체불을 가볍게 여기는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매년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도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달 중순 200여 명의 고액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이 공개됐고, 300여 명에 대해서는 신용 제재가 가해졌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다.

광주·전남 지역의 채불임금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달 무려 49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1200여 명이 넘는 등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일 아파트 공사 현장 앞에 나가 임금을 달라고 시위에 나서는 근로자들도 한 둘이 아니다.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임금까지 못 받을 경우 이들은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임금체불은 그저 사업주의 사정이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 사람, 한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