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점심 식사 후 운동 삼아 광주비엔날레공원을 걸었다.

평소 걷던 비엔날레 전시장과 민속박물관, 시립미술관 코스를 가다 팔각정에서 중외공원을 잇는 산책로를 발견했다.

북구 용봉동으로 이사 온 지 4년만에 도심 한 가운데 산책로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순간,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듯한 희열을 느꼈다. 등산을 좋아하지만 게으름으로 자주 못 가는 형편인 데, 가까운 곳에서 등산코스를 하나 발견한 것이다.

비엔날레 팔각정에서 출발해 중외공원을 지나 문화예술회관을 돌아오는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해 대략 1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는 3㎞ 정도의 짧은 거리로, 도심 속에서 숲 속을 거닐기에는 너무도 안성맞춤의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곳을 자주 이용할 수 있겠다는 기쁨도 잠시,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현수막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바로 ‘도시공원 일몰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내건 현수막이었다.

2020년이 되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이 곳이 개발될 수 있어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었다.

실제 광주 지역에는 중외공원 외에도 일곡공원, 중앙공원 등 규모가 큰 공원 뿐 아니라 소규모 공원을 포함해 25곳 정도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2020년 개발 규제가 해제된다고 한다.

규제가 풀리면 이들 공원에는 푸른 숲이 아닌 아파트 숲이 들어설 개연성이 아주 높다.

내가 발견한 보물이 아주 잠시 동안 누릴 수 있는 기쁨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도심 속에 조성돼 있는 공원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