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을 포함해 문화유산이 가치 있는 대상으로, 또는 흉물로 평가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파리의 에펠탑을 보면 정답을 유추할 수 있다. 흉물로 취급받다 훗날 파리의 상징으로 탈바꿈돼 세계 유산이 된 일례로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물론 개인의 시각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테지만.

지역에도 에펠탑 같은 사례가 없으란 법이 없지 않은가.

대개 무관심 속에 방치된 문화재들은 비지정이 많다. 시·도의 조례에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에펠탑 같은 존재가 숨겨져 있는데 우리만 모르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비지정문화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개 지속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골칫거리’로 취급돼 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유려하고 찬연한 지역의 사찰 건축물과 비석, 당산나무, 정자 등 90여건의 비지정문화재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들 비지정문화재는 지자체에서 관리에 방점을 찍기도, 그렇다고 한없이 방치를 할 수도 없다. 더욱이 문화재에 관한 모든 권리가 소유주에게 있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보수·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비지정문화재가 위험한 흉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중 등 소유주나 관리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의 경우,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높아 국가 보조금 없이도 보존하고, 관리에 나선다고 하니 우리와는 그 인식이 천지 차이로 보인다. 그들은 사유재산이지만 한 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로 인식한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경상북도 영주시는 5년 전부터 ‘비지정문화재도 소중해’라는 이름으로 2억 원의 예산을 세워 보존에 온힘을 쏟고 있다고 하니 주목했으면 한다. 소유주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문화재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3곳을 선정,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골자다.

광주시는 더 이상 비지정문화재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