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어린이극장에서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봄봄’, 오영수의 ‘고무신’ 등 대한민국 대표 단편소설 속 주인공들이 무대에 선다.
봉평 장에 나온 장돌뱅이 허생원도, 점순이와의 혼례를 손꼽는 주인공 ‘나’도, 남이와의 이별에 눈물짓는 엿장수도 소설 속에서 나와 관객들과 대면한다.
한국의 명단편을 공연예술로 선보이는 쿵짝의 두 번째 이야기 ‘얼쑤’가 다시 광주를 찾아온 것.
쿵짝 두 번째 이야기 ‘얼쑤’는 쉽게 말해 명단편 다시 읽기다. 국어 책 속에서 또는 시험지에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 달달 외웠던 지식이 아니라, 단편소설 속 명 문장의 시적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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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쿵짝1920’이 1950~1960년대 추억의 노래들로 무대를 채웠다면, 올해 작품은 부제 ‘얼쑤’가 말해주듯 판소리와 민요들로 준비됐다. 뮤지컬 넘버는 20여곡. 피아노·가야금·피리·장구·북·피리·생황·태평소까지 라이브 연주까지 곁들여진다.
메인 테마곡은 역시 아리랑이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아리아리 얼수 아라리요/아리랑 얼시구 노다 가세’란 노랫말의 해주아리랑이 판을 열고, ‘봄봄’에서는 점순이와 ‘나’가 내외하는 모습을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의 밀양아리랑 가락에 싣는다. 마지막 ‘고무신’의 슬픈 이별의 감정은 임을 두고 아리랑 고개를 넘는 ‘상주아리랑’에 담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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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구성도 눈에 띈다. 수묵화가 그려진 여섯 개의 부채가 무대를 채운다. 한국적 색을 더한 연출 포인트다. 부채는 소금을 뿌려놓은 눈부신 메밀꽃 밭이 되기도 하고, 황금빛 들녘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또 푸르른 바닷가 마을의 절경이 무대 가득 펼쳐진다. 예매는 문화전당 홈페이지(www.acc.go.kr)·콜센터(1899-5566)에서 가능하다. 전석 1만5000원.
[미니인터뷰] 우상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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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국작가들 알리고파”
한국의 대표 단편소설들이 뮤지컬로 탄생하게 된 데는 우상욱 연출의 ‘난독증’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20페이지를 넘기는 게 어려웠다. 예술 하는 사람이 책을 멀리할 도리는 없어서 탐독하기 시작한 것이 단편소설이었다. 우 연출은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는’ 단편소설에 푹 빠지게 됐다.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위대한 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처럼 좋은 작품들이 책장 속에 잠들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거든. ‘셰익스피어’ 버금가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재미있는 콘텐츠로 선보이고 싶었죠”
단편소설은 영화나 연극으로는 많이 만들어졌으나 뮤지컬 작품은 없었다. 우 연출은 청소년 뮤지컬로 방향성을 잡고, 단편소설의 뮤지컬화에 몰두했다. 지난해 작품인 ‘쿵짝1920’은 광주 초연 이후 40여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이후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그만큼 좋은 단편소설들이 많다는 얘기일 터. 다음 작품은 근현대 소설로 좁혀졌다. 황석영 작가의 작품이나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다루기 좀 세긴 하지만 이상의 ‘날개’나 김동인의 ‘감자’도 욕심이 나는 작품들이다. 그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는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을 꼽는다.
“동물들이 나와서 ‘금수만도 못한’ 인간 세상을 비판하는 것. 소재 자체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명단편이 갖는 풍자와 해학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 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