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을 읽다가 어버이 연합과 같은 친정부단체들이 청와대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증거를 보며 씁쓸한 기분이 사로잡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겨울한파에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아이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뇌리를 스쳐갔다. 그들 중 유독 궁금증을 자아냈던 ‘장수풍뎅이 연구회’가 생각났다.

장수풍뎅이 연구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소셜 네트워크 일원들은 누구의 조종을 받아서 돈을 받고 집회에 참여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장수풍뎅이 깃발아래 모여서 사회의 정의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는 어떻게 생겨나며,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영향을 우리에게 미치는 걸까?

소셜 네트워크는 집단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집단과 같이 사람들의 모임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추가된 속성이 있다. 그 속성은 집단 내의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특별한 연결이다. 이런 특별한 연결(유대라고 부를 수 있는)을 통해 우리가 생각지도 않았던 정치적 견해, 병균, 돈, 폭력, 패션, 행복, 비만 등 무엇이든 흘러갈 수 있다.

이 흘러가는 형태는 마치 병원균의 전염과도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연결과 전염의 속성이 집단을 이루는 개인들보다 훨씬 중요할 때가 많고 개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소셜 네트워크의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흔히 우리는 사회적 영향이 우리가 아는 사람에게만 미치고 끝난다고 알고 있다. 근래에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의 연결과 전염의 속성을 통해 우리가 전혀 만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도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즉, 우리가 친구들에게 영향을 주면 친구들은 다시 다른 친구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만나지도 않은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961년 스탠리 밀그램 박사가 쓴 ‘행복은 전염된다’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 및 제임스 파울러 저)는 저서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6단계 좁은 세상 이론’과 ‘3단계 영향 법칙’이 있다고 한다. ‘6단계 좁은 세상 이론’이란 평균적으로 6단계를 거치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고, ‘3단계 영향 법칙’이란 3단계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 즉 친구(1단계), 친구의 친구(2단계),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에게서 서로가 서로를 모방할 분 아니라 직접적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계를 진행할 때 마다 그 영향력은 줄어들기 때문에 3단계를 넘어선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또한 다수의 수학자들이 네트워크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친구가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약 15% 더 높아지며 이와 같은 행복의 확산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친구의 친구(2단계)에게는 10%,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약 6%의 확산효과가 있고, 4단계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왜 4단계 이상의 연결에서는 그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네트워크를 통해 흘러가는 정보가 단계를 넘어서 전달 될수록 그 신뢰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네트워크 내부의 구성원의 변경 등 네트워크의 내부가 바뀌어서 연결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사람들과 시간을 건너뛰면서 전달되는 정보를 포착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 수백만 가지의 결정을 모아서 통합 할 수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사람들 간에 접촉할 수 있는 능력이 초연결 상태(super connection)로 과열되면서 세상을 무제한 소통의 장이 되었다. 이 속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자기복제력을 가지고 자신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사람들이 오고 가며 바뀌더라도 그 형태와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시대와 환경을 반영하여 모습과 특성을 바꾸어 생존해 가는 생물체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유익하고 가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양날의 칼처럼 이 경로가 병균이나 공포의 통로가 될 수도 있고 이를 나쁜 목적으로도 이용되면 무차별 폭력의 장이 될 수 있다. 범죄행동, 폭력, 자살과 분노, 사기, 심지어 마녀사냥도 네트워크로 전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유년 새해에는 더욱더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가 생성될 것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다. 이때 우리 모두는 지구촌 작은 마을에 사는 나의 언행이 내게서 만들어졌지만 나비효과처럼 세상 끝까지 전파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바꿔 말하면 내가 베푼 작은 선행이 여러 소셜 네트워크를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믿어야 할 것이다.

비록 현재의 삶이 여러모로 힘들고 스트레스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우리가족, 우리 이웃, 우리 사회가 보다 건전한 소셜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고 생성해서 함께해서 힘이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바래본다. 함께 불타올랐던 촛불은 횃불이 되고, 시대의 등불이 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