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광주비엔날레는 동시대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는 장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번 주제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는 예술의 도구화, 상업예술 시장의 팽창 등 예술 제반 조건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는 시점에서 예술을 현시대 현안에 깊숙이 개입시키고 있다.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은 예술을 매개로 환경·노동·인권 등 사회 현상을 조망하고 있는 작품들을 이번 비엔날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으로 꼽았다.

△이정민 作 ‘문득’ 페인팅 시리즈

2009년 ‘용산사건’을 작품에 담았던 옥인 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 작가는 도시의 풍경에 사회성을 가미한다. 이정민의 최근 회화 연작인 ‘산책-형태’는 서울에서 작가의 도시 산책을 반영해 만든 작품이다. 전형적인 도시 풍경이 아니라 벽이나 포장된 도로, 돌무더기, 나무 등으로 구성됐으며 무질서에 가까운 형태다.

동양화의 필법이 특징인 이정민 작가의 회화는 화면에 대한 직관적인 해석이 두드러지며 회화의 독특한 질감은 먹물과 아크릴 물감을 섞어서 사용했다. 강렬한 붓 터치와 선은 작가가 배운 ‘동양화의 산수화’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줄리아 사리세티아티 作 ‘인도 K-노동’

자카르타 예술 집단인 루앙루파의 일원인 줄리아 사리세티아티는 도시의 공동체 문화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연구해 왔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작가는 ‘인도 K-노동’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인다. 줄리아 사리세티아티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의 80%가 살고 있는 안산시 소재 커뮤니티센터와 함께 비디오 공유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리세티아티의 예술은 전 세계적인 노동 인구의 이주에 대한 이슈와 함께 사람들이 각각의 행보를 결정할 때 예술의 역할과 기능에 어떻게 관련되는 지에 대해 모색한다.

△타일러 코번 作 ‘인체공학의 미래’

뉴욕에서 활동하는 타일러 코번은 상상 속의 미래 인류를 위해 디자인된 인체 공학적인 가구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광주에서 머물며 전시기간 관람객들이 실제로 앉을 수 있도록 벤치를 제작했다.

미래학자와 인류학자 등과 만나 인체의 변화를 연구했으며, 미래의 인간이 사용할 의자를 예측해서 구현했다. 변형된 오브제 같은 경우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의해 예측되는 촉각적 주체성을 고찰해볼 수 있는 성찰적 플랫폼이 된다.

△구닐라 클링버그 作 ‘고요함이 쌓이면 움직임이 생긴다’

구닐라 클링버그는 동양의 영적 탐구와 현대 소비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일상적 기호들을 재조합해 개념적 패턴으로 발전시킨다. 한국의 풍수지리와 오행사상을 바탕으로 비가시적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다수의 작품을 의재미술관에 설치했다. 의재미술관 유리창에는 비닐을 오려내 만든 달의 주기 문양을 한 작업들을 부착했으며 7개 봉으로 만들어진 미술관 입구 태양열 LED 표지판은 낮 동안 충전돼 해가 질 무렵 가장 밝은 빛을 발산한다.

△정은영 作 ‘정동의 막’

2013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했던 정은영은 전시, 영화제, 공연 쇼케이스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가로 지으며 작품 활동을 실천한다. 정 작가는 2008년부터 여성국극을 다루기 시작했다. 1950~1960년대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여성국극을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한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정동의 막’은 어느 젊은 여성국극 배우가 장면에 짜인 신호에 따라 서로 호흡을 맞추는 연습 장면, 공연에 이르기까지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준비과정, 빈 극장 안에서, 혹은 빈 극장을 위해 연기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통념화 된 여성의 성적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코퍼라티바 크라터 인베르티도 作 ‘야요치나파 학생 대학살 사건의 정체불명의 살아있는 시체들’

멕시코시티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집단인 코퍼레이티바 크라터 인베르티도는 현재와 역사에서 찾아낸 정치적·사회적 투쟁을 탐구하고 한국과 멕시코 두 나라의 미래를 환기시키는 가상의 이미지를 소개한다. 작품은 광주 동구 금남로 구 카톨릭센터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커 펜으로 그려진 드로잉의 단순한 선들은 동물의 형상이 중첩된 얼굴, 흐물거리는 신체, 무작위적인 요소들이 덧붙여진 오브제를 보여준다.

박세라 기자 sera0631@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