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16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신예 박인선

대인시장서 6년간 작업…공부·에너지 응집한 시기

올해 비엔날레에 ‘판자집’ ‘뿌리’ 등 3점 출품 앞둬

“열심히 하는 작가로 기억·끝까지 화가 길 걸을 터”



그는 작가정신이 투철하다. 작가로 시작한 삶, 작가로 삶을 끝내고 싶어한다. 모두들 돈을 벌기 위해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만 그는 되도록이면 작품을 위해 움직인다. 경제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창작을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대인예술시장에 6년 동안 거주하며 젊음을 불태웠던 것 역시 지난하지만 앞으로 걸을 예술가의 길을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씨앗이자 자양분이 됐다.

‘2016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로 확정된 김설아(서양화) 작가와 함께 이름을 올린 박인선(34·서양화) 작가의 이야기다. 그의 작업실은 광주 돌고개에서 서문교회를 지나 5분여 진행하면 서구 농성동 86-2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작업실에 들렀을 때 그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옥상을 맞대고 있는 4층에 자리하고 있어 더위가 후끈거렸지만 그는 적응을 끝낸 것 같았다.

그가 6년 동안 거주했던 대인예술시장을 떠나 이곳을 새로운 작업실로 선택한데는 대인시장이 원래대로 시장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나름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그곳 대인시장에의 시간들을 공부의 시기로 규정한다.

“대인시장이 처음에는 예술인들이 많이 들어와 예술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시장에 가깝게 기획돼 아트마켓으로 바뀌는 등 시장의 역할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죠.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공부의 시기이자 작업 소스를 찾는 기회였습니다. 과거에는 에너지가 분산됐는데 흩어진 에너지가 하나로 응집되는 시기였다고 봐요.”

그는 대인시장 작업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으며 천식을 달고 살았을 정도로 그다지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빠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작업실을 옮기면서 나타나기 십상인 집중력 저하를 막기 위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다잡았다. 그는 오는 11월17일부터 2주 동안 신세계갤러리에서 진행될 두번째 개인전을 의도적으로 잡았다. 새로운 작업실에 적응하느라 흘러보낼 시간들마저 아까웠기 때문이다. 집중력 저하를 또 다른 집중으로 막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다.

더욱이 그는 올해 열릴 ‘2016 제11회 광주비엔날레’에도 작품을 출품해야 한다.

그는 광주비엔날레에 ‘판자집’과 ‘뿌리’ 시리즈(1·3번) 등 세점의 출품을 앞두고 있다.

“제가 올해 광주비엔날레 작가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을 전혀 못했습니다. 다만 언젠가 광주비엔날레 전시주제에 제가 추구하는 작품 방향이 맞으면 선택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게는 영광스런 일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죠.”

작가는 작품 소재로 줄곧 재개발에 주목했다. 이처럼 작가가 재개발과 인연을 맺은 것은 광주 까치고개 인근 외갓집에 작업실을 두고 지내던 2006년 무렵 그곳이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고, 막 헐리기 전에 전시를 연 것이 출발점이 됐다.

‘판자집’과 ‘뿌리’ 시리즈 역시 재개발에 비춰진 현시대 불안정성을 담고 있다. 삭아서 사라져버릴 듯한 위태로움을 예의주시했다. 작품이 안정구도보다는 불안정에서 오는 긴장감을 투영하기 위해서였다.

“작품 ‘판자집’은 먼저 판자집을 촬영하고 그래픽 작업을 한 뒤 페인팅 작업을 하는 순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제 작품은 대개 사진과 회화를 융합하는 경우에 속하는데요. 현실에 있는 것을 소스로 가져오곤 합니다. 비현실적 형상을 조형으로 만든다고 보면 되죠.”

‘뿌리’ 시리즈도 ‘판자집’처럼 현시대 불안정성을 매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 현시대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조그마한 것도 기사를 보면 화가 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림으로 그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작품에서 강압적인 느낌을 주고 있고, 폭력적인 것의 일부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될 거에요.”

이처럼 그가 불안정성에 주목한데는 이런 문제의식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지만 재작년 부친의 별세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는 후문이다.

이런 작품 기조 때문에 그의 색상은 어두운 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작품 ‘큐브’는 이런 단정을 무참하게 깨뜨려준다. 대인시장에 거주할 무렵 건물에 닥지닥지 붙어있는 간판을 소재로 작품화한 것이다. 그런데 색상이 칼라풀하는 등 굉장히 다채롭다.

그는 색감이 어둡다기 보다는 소재를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색감이 달라진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특히 페건물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이 눈에 띄는 것 같은데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 자신만의 조형감을 언급했다.

“건물을 소재로 하는 작가들이 저 말구도 많아요. 같은 시대에 활동하는데다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해 겹치는 부분이 있겠죠. 해외에도 제 작품과 비슷한 것이 있겠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환경차도, 작가 특성도 각각 다르잖아요. 저는 다른 사람이 선보이지 않은 저만의 조형감으로 해석하고,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죠.”

작가는 재개발 이전에는 자아에 대한 탐구에 매달렸다. 이때 퍼포먼스나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구현하는 실험을 거쳤다.

그는 사진에도 남다른 열정을 발현하고 있다. 전남대 대학원 재학시절 사진모임에서 활동을 벌이면서 사진에도 눈을 뜨게 됐다. 사진과 회화가 공존하는 화면을 구성하는 것만 봐도 그의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작업을 하기 전에 반드시 사진으로 기록하는 과정을 먼저 거친다.

“도시를 벽면 위주로 촬영해요. 여기서 시간적 흐름을 주목했는데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핀 벽면이 조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억되는 작가보다는 열심히 하는 작가에 방점을 찍었다. “관람객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죠. 제 작품의 의미가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죠. 그저 열심히 하는 작가, 작품이 재미있는 작가로 인식됐으면 해요. 어떻게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예술가의 길을 끝까지 갈 거에요. 힘들겠지만 늙을 때까지 이 길을 가고 싶습니다.”

박인선 작가는 중학생때인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원년 전시를 보면서 자랐다. 그때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역시 기억 속에 그대로 저장돼 있다. 부모와 삼촌이 예술에 관심 많아 서울로 원정을 가 이중섭 전시를 관람했는데 은박지에 그린 작품 등을 망라해 여전히 인상깊은 전시로 기억되고 있다.

이렇게 광주비엔날레 관람객이었던 그가 20년이 흐른 뒤 비엔날레 참여작가가 됐다. 그의 작품 ‘뿌리’처럼 그가 미술계에 어떤 뿌리를 내릴 지 자못 궁금하다.

고선주 기자 rainidea@



박인선 작가는

목포대 미술학과와 전남대 대학원을 졸업, 개인전 1회와 광주롯데갤러리가 공모했던 청년작가지원전에 선정돼 ‘2005 제4회 광주·전남대학미전’에 참가했다. 전남대대학원전과 ‘슈퍼우먼’전, ‘그 여자의 누룽지’전, 제25회 광주청년미술작가전, ‘nexTart 2008 auction party’전, ‘2008김환기국제미술’전, ‘제2회 국제현대미술광주아트비전’전, ‘Local to Local’전, 제15회 광주신세계미술제전 등 다수 단체전에 출품했다. 2007년 말바우시장 순대골목 이야기-도시경관+ART 프로젝트 참여를 시작으로, 2009년 산내리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2010광주대인예술시장 느티나무숲 레지던스 프로그램, 2011광주대인예술시장 미테우그로 ‘놀고 먹는 레지던시’, 2013목포아트센터 ‘도시재생과 공간해석’ 프로그램, 2015대인시장 ‘dada 레지던시’ 등에 각각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