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화탐색]"즐거운 삶 위한 ‘웃음’의 찬가"
<14>광주 개그단 ‘테더링엔터테인먼트’
20대 ‘까불이 청년들’ 30명 뜻 모아 결성
"만병통치약 ‘웃음’…건강한 사회 만들죠"
8월 무더위 날려줄 ‘하하하’ 공연 기획 중
웃음에도 종류가 여럿이다. 얼굴이 찢어지도록 크게 웃는 파안대소부터 소리 없이 빙긋 웃는 미소,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어 터져 나오는 실소까지…. 웃는 모습, 상황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이 중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당신의 웃음을 볼 수 있다면.
광주에서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개그단’이 있다. 오직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테더링엔터테인먼트’(이하 테더링)가 그 주인공이다.
테더링은 2013년 남 웃기기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 5명이 뭉쳐 탄생했다. 이후 뜻을 함께 하고픈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정규 단원만 16명이다. 여기에다 연출, 무대 기획팀까지 더하면 30여명이 넘는다.
신동민 테더링 기획부장은 타고난 까불이들이 모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테더링에는 학창시절 친구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각 반의 오락부장들이 모여 있죠. 처음 시작은 장난 반 진심 반이었다고 할까요? 매일 얼굴 보며 장난치고 놀던 친구들끼리 ‘우리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테더링은 엄밀히 말하자면 개그단체연합에 속한다. 원년멤버인 ‘테더링’을 중심으로 ‘하루살이’, ‘꾸이랑’ 세 개 팀이 속해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웃기자는 큰 목표는 같지만 각자 다른 매력을 뽐낸다.
팀명으로 내건 테더링에는 이들의 지향점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테더링은 노트북과 같은 IT기기를 휴대폰에 연결해 무선인터넷을 공유하는 기능이다. 보통 스마트폰 세대들이 데이터가 부족할 때 테더링 기능을 활용해 인터넷을 나눠쓴다. 바로 ‘우리의 소중한 데이터’를 나눠 쓰듯 웃음도 함께 공유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함께 웃는 기쁨을 선사하자는 거죠. 사실 테더링의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은 가족, 친구, 연인 등 서로에게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이거든요. 옆에 앉은 사랑하는 인연들과 같은 지점에서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정말 큰 기쁨이죠."
◆일상 속 ‘웃음거리’ 포착…즐거움 선사
웃음을 주기 위한 테더링의 레퍼토리는 30여개가 넘는다. ‘종특보고서’ ‘히말라야’ ‘늑대 홈쇼핑’ ‘환상깨임’ 등 여러 가지다. 이들의 공연은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나 ‘코미디 빅리그’ 등을 생각하면 된다. 테더링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짠 각기 코너들이 한 무대에 서는 식이다.
이 중 테더링의 주특기이자 필살기는 바로 ‘공감’이다. 특히 20대 청년들이 대학생활에서 직장 막내로서 또 한 가정의 아들이자 딸로서 느끼는 온갖 감정들이 개그 소재가 된다.
관객들의 웃음이 빵 터지는 순간은 바로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20대 젊은 층들은 잘 웃어요. 테더링 멤버들과 그 세대들끼리 통하는 게 있어서죠. 특히 일상에서 겪는 고민들, 때로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웃음의 주 무기가 되죠. 가려웠던 부분들은 살짝만 건들어 줘도 웃음이 터져 나오거든요."
테더링 무대를 들여다보면 정말로 별것 아닌 것에서 끌어낸 웃음들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인식조차 하지 않았던 지점들을 포착, 의미부여가 되는 순간 웃음거리가 된다.
특히 테더링의 ‘종특보고서’는 이를 활용해 흥행에 성공한 인기 코너다. 종특보고서는 ‘종족 특이성 보고서’의 줄임말이다. 말하자면 한국인 특유의 독특한 성질·문화·관습들을 웃음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주제는 한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진짜 모습이다.
"종특보고서는 개그콘서트의 ‘말해 Yes or No’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에요. 전체적인 포맷은 이를 따르되, 소소한 이야기들은 테더링 멤버들이 직접 짜죠. 당연하게 해왔던 일상의 행동들을 ‘낯설게 바라보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에요."
◆관객들의 ‘웃음’ 무대 서는 원동력
하지만 남을 웃기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역시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테더링 멤버들은 주로 밤에 모여 기획 회의를 한다. 각자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연습을 하다 보면 새벽 두 세 시는 훌쩍 넘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잖아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 때면 그 말을 되뇌어볼 때도 있어요. 테더링 멤버들 모두 무대에 서서 남을 웃게 하는 일이 정말 좋은데, 이게 생계를 책임져 주지 못하잖아요. 모두 본업을 놓지 못하고 병행하다 보니 한계를 느낄 때가 많죠."
재정적인 부분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처음 무대에 서기 위한 모든 비용은 멤버들의 자비를 털었다. 무대에 필요한 소품도 투박하지만 직접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에야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후원으로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명, 음향 등 고가의 장비들을 빌리는 데는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테더링 멤버들은 또 다시 머리를 맞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대에 서 관객들이 자지러지게 웃을 때 뿜어내는 그 충만한 에너지 때문이다. 이는 또 얼마간 테더링 멤버들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연습실로 발걸음 하게 할 터다.
"만들 때는 정말 어려워요. 시간이 없는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너무 괴롭죠. 개그는 아이디어가 생명이잖아요. 테더링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요. 회의의 시작이나 끝이 없죠. 그 내용의 한계도 없어요. 오늘 먹은 밥반찬 이야기부터 상사 뒷담화까지. 무작정 털어놓다 보면 거기서 발전시켜볼 만한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겁니다."
◆‘강력한 한방’이 공연 성패 좌우
사실 개그코너는 참 어렵다. 연극·뮤지컬 무대와는 또 다르다. 짱짱한 스토리 전개도, 화려한 무대 연출도, 귀를 사로잡는 음악도 없기 때문이다. 개그 무대는 배우의 몸짓, 입담, 몇 가지 소품이 전부다. 각 코너 당 공연시간도 짧다. 길어봤자 10분을 넘지 않고 보통 5분 이내다. 결국 짧고 임팩트 있는 ‘강렬한 한방’이 무대의 성패를 가른다.
아이디어 싸움이다 보니 팀 내부에서의 의견 조율 또한 중요하다. 특히 무대 배우들과 무대 기획자들 간 긴밀한 협조가 받쳐줘야 한다. 회의 테이블에서 꼽힌 아이디어가 무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날 것’이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데 무대 연출이 어려울 수 있고 반대로 별 것 아닌 아이디어가 감각 있는 연출로 재평가 될 때도 있죠."
가끔은 얼굴 붉히는 일도 있다. 더 나은 웃음, 더 풍성한 무대를 원하다 보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 그런 분위기를 극복하는 것 또한 웃음이다. 즐거움을 주기 위한 공연은 그 과정 또한 즐거워야 한다는 믿음이 이들에게는 있다.
"웃음이 해결책이죠. 무엇보다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모인 우리가 먼저 이 상황을 즐겨야 하잖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몸이 힘들 때 또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각자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게 바로 웃음이잖아요. 우리들에겐 즐거움이 곧 만병통치약이에요."
◆당신의 ‘미소’ 세상을 바꾼다
요즘이 바로 ‘테더링 철’이다.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무더운 여름이야말로 시원한 웃음 한 방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테더링은 특별한 기획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간의 무대가 대학생을 비롯한 2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연으로 꾸밀 생각이다.
공연 이름은 ‘하하하’(夏夏夏)다. 올 여름 하하하 신나게 웃어보자는 의미다. 공연은 8월 중 남구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다.
또 테더링은 다른 공연팀과의 협업 무대도 꿈꾸고 있다. 중간중간 개그 코너가 끼어들면 공연의 전체적인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직장인 밴드나 지역 뮤지션들과 함께 신나는 무대를 기획 중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 공중화장실에서 빈번히 목격하는 글귀가 테더링의 최종적인 목표다. 팍팍한 삶 속에서 소리 내어 한 번 웃는 것이 활력소다. 이들의 공연은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을 위한 찬가가 돼 준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웃음이 필요해요. 뉴스에서 매일 마주하는 반갑지 않은 사건들,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많은 일들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것이거든요. 우릴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는 것, 쟤네들은 도대체 뭐야? 하며 날리는 ‘썩소’마저도. 뭐든 좋아요. 만병통치약인 웃음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길 기대하죠. 그러면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행복한 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요?"
박세라
<14>광주 개그단 ‘테더링엔터테인먼트’
20대 ‘까불이 청년들’ 30명 뜻 모아 결성
"만병통치약 ‘웃음’…건강한 사회 만들죠"
8월 무더위 날려줄 ‘하하하’ 공연 기획 중
2016. 06.22. 16:20:45
테더링엔터테인먼트 공연 모습.
웃음에도 종류가 여럿이다. 얼굴이 찢어지도록 크게 웃는 파안대소부터 소리 없이 빙긋 웃는 미소,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어 터져 나오는 실소까지…. 웃는 모습, 상황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이 중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당신의 웃음을 볼 수 있다면.
광주에서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개그단’이 있다. 오직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테더링엔터테인먼트’(이하 테더링)가 그 주인공이다.
테더링은 2013년 남 웃기기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 5명이 뭉쳐 탄생했다. 이후 뜻을 함께 하고픈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정규 단원만 16명이다. 여기에다 연출, 무대 기획팀까지 더하면 30여명이 넘는다.
신동민 테더링 기획부장은 타고난 까불이들이 모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테더링에는 학창시절 친구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각 반의 오락부장들이 모여 있죠. 처음 시작은 장난 반 진심 반이었다고 할까요? 매일 얼굴 보며 장난치고 놀던 친구들끼리 ‘우리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테더링은 엄밀히 말하자면 개그단체연합에 속한다. 원년멤버인 ‘테더링’을 중심으로 ‘하루살이’, ‘꾸이랑’ 세 개 팀이 속해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웃기자는 큰 목표는 같지만 각자 다른 매력을 뽐낸다.
팀명으로 내건 테더링에는 이들의 지향점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테더링은 노트북과 같은 IT기기를 휴대폰에 연결해 무선인터넷을 공유하는 기능이다. 보통 스마트폰 세대들이 데이터가 부족할 때 테더링 기능을 활용해 인터넷을 나눠쓴다. 바로 ‘우리의 소중한 데이터’를 나눠 쓰듯 웃음도 함께 공유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함께 웃는 기쁨을 선사하자는 거죠. 사실 테더링의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은 가족, 친구, 연인 등 서로에게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이거든요. 옆에 앉은 사랑하는 인연들과 같은 지점에서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정말 큰 기쁨이죠."
◆일상 속 ‘웃음거리’ 포착…즐거움 선사
웃음을 주기 위한 테더링의 레퍼토리는 30여개가 넘는다. ‘종특보고서’ ‘히말라야’ ‘늑대 홈쇼핑’ ‘환상깨임’ 등 여러 가지다. 이들의 공연은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나 ‘코미디 빅리그’ 등을 생각하면 된다. 테더링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짠 각기 코너들이 한 무대에 서는 식이다.
이 중 테더링의 주특기이자 필살기는 바로 ‘공감’이다. 특히 20대 청년들이 대학생활에서 직장 막내로서 또 한 가정의 아들이자 딸로서 느끼는 온갖 감정들이 개그 소재가 된다.
관객들의 웃음이 빵 터지는 순간은 바로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20대 젊은 층들은 잘 웃어요. 테더링 멤버들과 그 세대들끼리 통하는 게 있어서죠. 특히 일상에서 겪는 고민들, 때로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웃음의 주 무기가 되죠. 가려웠던 부분들은 살짝만 건들어 줘도 웃음이 터져 나오거든요."
테더링 무대를 들여다보면 정말로 별것 아닌 것에서 끌어낸 웃음들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인식조차 하지 않았던 지점들을 포착, 의미부여가 되는 순간 웃음거리가 된다.
특히 테더링의 ‘종특보고서’는 이를 활용해 흥행에 성공한 인기 코너다. 종특보고서는 ‘종족 특이성 보고서’의 줄임말이다. 말하자면 한국인 특유의 독특한 성질·문화·관습들을 웃음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주제는 한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진짜 모습이다.
"종특보고서는 개그콘서트의 ‘말해 Yes or No’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에요. 전체적인 포맷은 이를 따르되, 소소한 이야기들은 테더링 멤버들이 직접 짜죠. 당연하게 해왔던 일상의 행동들을 ‘낯설게 바라보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에요."
◆관객들의 ‘웃음’ 무대 서는 원동력
하지만 남을 웃기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역시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테더링 멤버들은 주로 밤에 모여 기획 회의를 한다. 각자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연습을 하다 보면 새벽 두 세 시는 훌쩍 넘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잖아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 때면 그 말을 되뇌어볼 때도 있어요. 테더링 멤버들 모두 무대에 서서 남을 웃게 하는 일이 정말 좋은데, 이게 생계를 책임져 주지 못하잖아요. 모두 본업을 놓지 못하고 병행하다 보니 한계를 느낄 때가 많죠."
재정적인 부분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처음 무대에 서기 위한 모든 비용은 멤버들의 자비를 털었다. 무대에 필요한 소품도 투박하지만 직접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에야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후원으로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명, 음향 등 고가의 장비들을 빌리는 데는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테더링 멤버들은 또 다시 머리를 맞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대에 서 관객들이 자지러지게 웃을 때 뿜어내는 그 충만한 에너지 때문이다. 이는 또 얼마간 테더링 멤버들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연습실로 발걸음 하게 할 터다.
"만들 때는 정말 어려워요. 시간이 없는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너무 괴롭죠. 개그는 아이디어가 생명이잖아요. 테더링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요. 회의의 시작이나 끝이 없죠. 그 내용의 한계도 없어요. 오늘 먹은 밥반찬 이야기부터 상사 뒷담화까지. 무작정 털어놓다 보면 거기서 발전시켜볼 만한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겁니다."
◆‘강력한 한방’이 공연 성패 좌우
사실 개그코너는 참 어렵다. 연극·뮤지컬 무대와는 또 다르다. 짱짱한 스토리 전개도, 화려한 무대 연출도, 귀를 사로잡는 음악도 없기 때문이다. 개그 무대는 배우의 몸짓, 입담, 몇 가지 소품이 전부다. 각 코너 당 공연시간도 짧다. 길어봤자 10분을 넘지 않고 보통 5분 이내다. 결국 짧고 임팩트 있는 ‘강렬한 한방’이 무대의 성패를 가른다.
아이디어 싸움이다 보니 팀 내부에서의 의견 조율 또한 중요하다. 특히 무대 배우들과 무대 기획자들 간 긴밀한 협조가 받쳐줘야 한다. 회의 테이블에서 꼽힌 아이디어가 무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날 것’이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데 무대 연출이 어려울 수 있고 반대로 별 것 아닌 아이디어가 감각 있는 연출로 재평가 될 때도 있죠."
가끔은 얼굴 붉히는 일도 있다. 더 나은 웃음, 더 풍성한 무대를 원하다 보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 그런 분위기를 극복하는 것 또한 웃음이다. 즐거움을 주기 위한 공연은 그 과정 또한 즐거워야 한다는 믿음이 이들에게는 있다.
"웃음이 해결책이죠. 무엇보다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모인 우리가 먼저 이 상황을 즐겨야 하잖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몸이 힘들 때 또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각자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게 바로 웃음이잖아요. 우리들에겐 즐거움이 곧 만병통치약이에요."
◆당신의 ‘미소’ 세상을 바꾼다
요즘이 바로 ‘테더링 철’이다.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무더운 여름이야말로 시원한 웃음 한 방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테더링은 특별한 기획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간의 무대가 대학생을 비롯한 2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연으로 꾸밀 생각이다.
공연 이름은 ‘하하하’(夏夏夏)다. 올 여름 하하하 신나게 웃어보자는 의미다. 공연은 8월 중 남구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다.
또 테더링은 다른 공연팀과의 협업 무대도 꿈꾸고 있다. 중간중간 개그 코너가 끼어들면 공연의 전체적인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직장인 밴드나 지역 뮤지션들과 함께 신나는 무대를 기획 중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 공중화장실에서 빈번히 목격하는 글귀가 테더링의 최종적인 목표다. 팍팍한 삶 속에서 소리 내어 한 번 웃는 것이 활력소다. 이들의 공연은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을 위한 찬가가 돼 준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웃음이 필요해요. 뉴스에서 매일 마주하는 반갑지 않은 사건들,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많은 일들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것이거든요. 우릴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는 것, 쟤네들은 도대체 뭐야? 하며 날리는 ‘썩소’마저도. 뭐든 좋아요. 만병통치약인 웃음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길 기대하죠. 그러면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행복한 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요?"
박세라
